(40 편) 완연한 비의 계절, 암스테르담의 추억
어디라 없이 문득 길 떠나고 픈 마음이 있다.
누구라 없이 울컥 만나고픈 얼굴이 있다.
반드시 까닭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분명히 할 말이 있었던 것은 더욱 아니다.
푸른 풀밭이 자라서 가슴속에
붉은 꽃들이 피어서 간절히 머리 조아려
그걸 한사코 보여주고 싶던 시절이 내게도 있었다.
[추억]
아름다운 구절이죠,
…공감하실 겁니다.
아실 분들 계시겠지만, 물론 나태주 시인님의 ‘추억’이란 詩였습니다.
마침 다시 한 번,
‘왜 나는 여행에 열광 하는가?!’ 의 지극히 주관적인 의미를 들춰봅니다.
모름지기 산다는 건 나태주 시인님 전달처럼 ‘아름다운 추억’을 만드는 일,
…반드시 그 것을 원하는 행위 아닐까요(?),
억척스레 라도!
제게도 그냥, …바로 그것(!)뿐 아닐까 하구요.
그래서 말인데,
일상에서 얻어내기 힘든 예쁜 추억을, 기억을…
여행을 통해 쉽게 내 것으로 만들 수 있다는 근사함과 욕심이 제게는
여행 가방을 꾸리는 이유이자,
카메라를 사랑하는 궁극적인 이유일 것이니까요…
장마철과는 다른,
초가을, …완연한 ‘비의 계절’이었는데요,
그러니까 한여름 태양 열기는 이미
암스테르담을 거미줄처럼 수놓고 있는 운하와 수로 속으로 잠겨버렸고…
찬바람에 옷깃을 여미며, 뿌려지는 빗물을 흠뻑 받아드립니다.
그러다 비를 피해 잠깐 어느 스트릿 카페에 앉아 커피 향에 푸욱 빠져 보기도 하는데요.
아름다운 추억, 낭만(!)의 가을, …완벽함이었습니다!
암스테르담은
과연
‘자.전.거.의 도시’였는데요.
과장 없는 은륜銀輪의 집합소 아니었을까요(?!), …도처에.
…글세, 이곳 인구 수보다 많다지요.
시내 어딜가나 자동차 보다 자전거 주차장을 더 많이 만나는 건 신기한 체험이었습니다.
…불현듯 느껴보게 됩니다.
나중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
돌아보면 아플 정도로 그리워질 시간들,
…지금 이 공간, 이 시간이 간직해 줄 추억들을 말입니다.
감상적이 되나봅니다.
이곳에 오면 누구나…
도시 중심은 여러 개의 운하로 둘러싸인 부채꼴 형태로 보입니다.
운하와 수로가 사방으로 뻗어있어 수많은 다리와 운하주변 도로의 아름다움이 끝없이 펼쳐지기도 하는데요.
12세기, 암스텔 강(Amstel R.) 하구에 둑(댐)을 쌓아 건설한 도시인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며,
그래서 이름하여 암스테르담이고…
운하와 시장을 끼고 늘어선 튜립/꽃 가계들입니다.
암튼 16세기에 즈음해서 암스테르담은 국제적인 무역항으로 발돋움 하지요.
그리고 17세기에 들어와 네덜란드의 황금시대(Dutch Golden Age)를 발판으로,
현재 네덜란드 뿐 아닌 서 유럽 경제·문화의 중심도시로 성장하였구요.
신기한 나라입니다, 네델란드.
국토의 30% 이상이 海수면 보다 낮다고 하지요.
그러니까 흙을 퍼 부어 개간한 땅이 아닌 바닷물을 밀어내고 얻은 땅이 바로 그 30%의 국토인데…
대 규모의 둑과 축대, 바닷물을 밀어내는 물 관리와 용수 사업에 사활을 걸어야했던 민족성의 멋진 성공담을 방문객들은 그렇게 접하게 되는 것입니다.
풍차들, …네덜란드의 상징이기도 하지요.
사실 수천 개의 그 풍차들이 한 때, 둑을 넘어 들어오는 바닷물을 퍼내는 작업을 담당했던 걸아시나요??
시간이 흐르며 삶은 조금씩, 아주 천천히…
크고 작은 추억들로 ‘기억’이란 축대를 지어갈 것이지요.
차곡차곡, 정성껏(!)
…그리고 우리 모두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것에 기대어 소소한, 그러나 충만한 행복을 느껴갈 것입니다.
휴식
정열
설렘
푸르름이 있는 추억의 상자
지치고 소침할 때
조금씩 열어보자
가끔, 아주 가끔
…삶의 비타민처럼
[추억]
또 하나의 아름다운 구절이었습니다.
이번 것은 공석진 시인님의 역시 ‘추억 이라는 시였는데요.
‘휴식’, ‘정열’, ‘설렘’ .
요컨대, 아름다운 추억의 삼박자 아닐까요(?!)
그렇게 곱고 따스한 추억만 기억하며 살아가면 안 될까요(?!)
…우리 모두!
70여개의 섬을 500개 이상의 다리로 연결해 놓은 암스테르담의 아기자기한 모습이야말로 차분함이자 아름다움,
아니.., 바로 그 설렘의 궁극, 아니었을까요(?!)
오렌지 색깔이 유난히 눈에 띕니다.
기억나시는 분 ?? (소싯적 볼 차던 시절의 추억!)
요한 크라워프 (Johan Cruyff), 왕년 최고의 축구 스타이자 1974년 월드컵에서 오렌지 군단의 ‘토탈-싸커’를 전 세계에 펼쳐 보인…
오렌지 컬러야말로 네덜란드의 내셔널 컬러이자, 이곳 사람들의 사랑이라고 하지요.
시민들이 매년 4월 30일에 손에 하이네켄을 들고 오렌지색 옷을 입고 춤을 추는데,
이유는 자신들의 여왕 생일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누구나 느껴 봤을 겁니다.
“아! 세상이 왜 이럴까?!”
“매사 안풀려!, 숨 막힐 정도로 모든 것이 나를 꽉 조여와!”
하는…
(망가지고 찌그러져가는) 바로 그런 기분!
자유로워지세요(!)
사실 자유는 백팩 하나와 자전거 한 대면 가능합니다.
‘휴식’, ‘정열’, ‘설렘’ 아름다운 추억의 삼박자 , 그렇게 만들어 보는 겁니다(!)
“나는 이 넓은 세상에 외톨이입니다”
안네 프랑크의 일기에 나오는 유명 구절이지요.
그러니까 위 사진 중간에 보이는 집이 13살 안네 프랑크가 15까지 (1942에서 1944년) 숨어 살던 은신처랍니다.
(은신처의 사람들과 함께 폴란드의 악명 높던 아우슈비츠 수용소로 끌려갈 때까지… )
도시 중간에 자리 잡은 렘브란트 스퀘어 (Rembradtplein) 는 암스테르담 야간 라이프를 상징하는 곳이기도 합니다. 주위에 수많은 식당, 클럽 등 술집들을 품고있는 장소인데, 많은 방문객을 유혹하는 암스테르담의 유흥업소들, 이른바 ‘홍등가’와 연결되는 곳이기도 하고요…
재밌는 건, 1850년 세워진 렘브란트 동상을 수호하고 있는 인물(동상)들이 즉 야경꾼들(Night Watch Group) 모습이라는 점입니다. (설마, 그 때 역시 이곳 밤 라이프는 와일드 했었다는 말?!)
네덜란드인은 예술적 재능이 뛰어나 일찍이 렘브란트, A. 반다이크, 반 고흐 등의 세계적 예술의 대가들을 탄생 시켰습니다.
대부분의 도시에 미술관이 있으며, 특히 암스테르담에는 유명한 반 고흐 박물관은 전 세계 미술인들과 애호가들을 집합시키기도 하는데요.
사실 암스테르담 방문의 하이라이트 중 으뜸가는 것이 빈센트 반 고흐 박물관 아니었을까 합니다만…
암튼 후기 인상주의 (Post Impressionism) 대표 작가 중 아마도 세상 모든 이들의 가장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아온 분이겠죠.
빈.센.트. 반.고.흐.
네덜란드 출신으로 주로 남프랑스에서 작품 활동을 하였지요. 폴 고갱과 친밀했으며 자신의 귀를 자른 사건으로 유명하기도 합니다. 《감자 먹는 사람들》,《해바라기》, 《빈센트의 방》,《별이 빛나는 밤》,《밤의 카페》등 온 세계가 궁극으로 평가하는 당대 작품들 중, 개인 컬렉션으로 별도 소장돼있는 것들 외 대부분이 이곳에 전시돼있습니다. 영원한 아름다움과의 값진 만남이었구요!
…모든 것은 일 순간에 지나간다.
그리고 지나간 것은 그리워 지는 것이다.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푸쉬킨 영감님 ‘삶’의 부분이지요-
그런 말 아시나요?!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 는…
간단히 말해 완벽했습니다!
암스테르담 방문… (진짜 떠나오기가 아쉬울 정도로!)
언급하기 쑥스러우나, 이번 여정이야말로 제겐 중요한, 아주 특별한 계기였답니다.
😂
(…뭐 그런 일이 있어요!)
또 한 번 금번 여행의 모든 일정과 숙박 등, ‘추억 긁어 모으기’에 적극 힘이 돼주신 제 파트너 메간씨에게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네! 새삼 자각합니다.
추억은 지난 일을 돌이켜 기억해 내는 일 뿐 아니라,
추억 은 우리의 내일을, …다음을 가리키기도 한다는 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