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막연한 기대와
오랜 바람은 결국 저를 간절히 희망하던 목적지에 데려다 놓은 셈입니다.
많은 걸 성취한 사람들,
모두 상실한 사람들,
사랑을 얻은 사람들,
또 잃어버린 사람들,
삶을 노래하는 사람들,
그리고 상처를 안고 사는 사람들...
...아니, 세상 모든 사람들,
그들 모두가 결국 만나는 목적지...
바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인 듯 싶었습니다.
그러니까,
오늘 만큼은...
영양가있는 횡설수설...
인생과 영혼의 (소울)수프, 그런 맛의 전달을 시도 할 작정입니다만...
특별한 소개가 필요없는 세계 제일의 순례길이지요.
약 600 마일에 이르는 길, 이름하여 '엘 카미노'.
이번 제 방문은 그 최종 도착지, 그러니까 스페인 북서쪽, 먼 갈리시아 (Galicia)땅의 도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입니다.
많은 분들이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산티아고(Santiago)는 성 야곱(야고보)을 칭하는 스페인식 이름이며, 영어로 세인트 제임스(Saint James)라 하지요.
잠깐 짚어보면 역사는 (1189년) 교황 알렉산더 3세가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Santiago de Compostela)를 세계 3대 (크리스챤) 성지로 선포한 바 있다고 하지요.
어디선가 읽은 기억으론 아마 19세기에 들어와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되며, 비로소 유럽은 물론 전 세계로부터의 산티아고 성지순례가 활발해지기 시작했고 말입니다.
아주 좋은 말이 있죠.
이를테면 1 더하기 1은 2고, 1 빼기 1은 0일 수밖에 없다는 삶의 간단한 셈법 말인데요. 그것만 알면, 아니 기억한다면 우리 어른들의 삶도 한결 쉽게 이행되고 풀릴거라는...
산티아고 대 성당의 입구입니다. 그리고 아래는 그 화려한 내부.
수 많은 유명인사들의 삶을 바꿨다는 엘 카미노지요.
파울로 코엘료는 자신의 바뀐 삶을 저서 '순례자'를 통해 전달합니다. 암튼 그 길의 많은 도큐와 ...아! 그리고 마틴 쉰과 그 아들 에밀리오 에스테베스 (부자 열연)의 명화 'The Way' (기억 하시지요?)를 통해 전 세계에 짙은 감동을 뿌려댄.., 네 바로 그 순례길(!)
(하물며, 고행 길은 모두 피하고 슬그머니 그 종착지에(?!) 라고 저에게 꾸지람 하시는 분들 계실 겁니다.)
고행의 길 '엘 카미노'와 목적지 콤포스텔라 대 성당...
이미 크리스찬들만의 성지이자 순례지가 아닌지 오래 됐다는 사실입니다. 이젠 세계 모든 인종과 종교인들이 한결같이 아끼고 사랑하는 삶과 영혼의 경이로운 상징이 돼버렸으니까.
어쨌던 제 산티아고 방문이 슬그머니 도착지만 맛보겠다는 파렴치한 행동은 아니었구요. 나름대로는 다른 의도가 있기 때문이었죠.
그러니까, 2달에 걸친 고행의 길을 완주한 이들을 직접 만나보고, 대화 해보고... 조만간 도전해 보고싶은 제 순례 고행의 감을 잡아보겠다는 천진난만한 취지. 네..., 바로 그 것.
순례길을 완주하고 산티아고 대성당 광장으로 입성하는 사람들. 그리고 애타게 기다리다 환영하는 가족들의 모습입니다.
아무튼
누구나 걷고 싶은 길
삶에 지치고, 꿈에 허기진 영혼이 비로써 숨쉴 수 있는길…
고행의 길,
...걸어야 하는 길.
세상 수 많은 이들의 삶과 그 흐름을 바꿔버린 바로 그 길.
엘 카미노 데 산티아고입니다.
아주 좋았습니다.
2달 고행을 마치고 막 입성한 바로 이 스페인 친구와의 대화...
즐거웠겠지요. 벅차고, 뿌뜻하고, ...춤이라도 추고 싶었겠지요(!)
2달 길을 절반만... 약 한 달 고행길을 마치고 입성한 젊은 그룹 친구들 완전 희희낙락! 허긴 이 친구들 역시 족히 300 마일은 걸은 셈이라네요.
그리고,
일상을 꽃피웁니다.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고, 주위와 환경을 사랑하고...
그 자체를 간절히 느껴보는 것(!)
그래 그 것이야말로 비로써 이곳에서 탄생하는 기적이니까...
아, 만약
내가 오늘 이곳을 찾지 않았더라면.
만약 이곳을 여행지로 고르지 않았더라면...
만약, 수 많은 그 '만약'들을 마냥 생각과 마음 속에만 파킹해 두었었더라면...
(글쎄 누구 말처럼, 우연과 우연 그리고 만약이 곂쳐 필연을 만드는 건 아닐까???)
아름다운 곳에서 덤으로 그림같은 집을 찾았는데요. 예쁜 발코니에 꽃이 만발한 집입니다 (아래 사진).
그리고 그 집 주인 (멋장이) 영감님과의 대화, 만남의 소중함을 다시 느껴볼 수 있는 체험이었는데요...
막연히 떠들어 대는 듯해서 제 자신이 좀 멍청히 느껴집니다만...
사실 벅찬 일이었습니다. 세상에 살아 숨쉬는 인구 65억이죠. 내 삶의 어느 날, 상상에만 갇혀있던 세상 또 다른 어느 구석에서 말입니다. 꽉 찬 인생담을 품고 계신 영감님을 만나 짧은 대화 속에서나마 뭔가를 전달 받는 듯한 느낌...
아니, 그런 해프닝을 만날 수 있는 확률 말인데요. ...과연 65억분지 일이라 느껴야 될까요(?)
어르신 께서는 (쿠바) 아바나에서 태어나셨답니다.
이미 성장해서 멋진 의사들로 변모한 아들 세명, 모두 멀리 떠나 보내시고,
그 중 두명은 저멀리 중국 땅에서 의술을 펴고 있다지요...
얼마 전 사랑하는 와이프 마저 먼저 보내시고,
그리고 이젠 돌아가신 부인 할머니와 (반 세기동안) 함께 가꿔온 그 예쁜 코너의 집을 길 건너에 앉아 바라보고 추억하시는 것이 전부 인 삶...
아직 멋지게 단장하시고, 스페인 신사의 품격을 고스란히 유지하신체...
첫 눈에 반해 그 집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는 우리와 대화를 시작하시게 됐노라는...
산티아고 대성당 옆 '에스파냐' 광장의 노상 카페였습니다. 화상에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체 Luis Miguel씨의 그 옛날 'Solamente una vez' (오직 단 한 번) 이라는 곡과 선율을 노래하던 한 음악사를 만난 건...
Solamente una vez, ame la vida
(오직 단 한 번, 삶을 사랑했었네)
Solamente una vez, ...y nada mas
(오직 단 한 번… 그 뿐 이었지)
Una vez nada mas en mi huerto brillo la esperanza
(오직 한 번 내 뜰 풀잎 사이에 빛난 희망은)
La esperanza que alumbra el camino de mi soledad…
(내 고독한 길을 밝혀주는 간절한.., 바로 그 것 이었지)
Una vez nada mas se entrega el alma
(누구에게나 오직 한 번 뿐인.., 영혼을 바칠 수 있는 기회)
.......
대충 그런 내용입니다. ...언뜻 들으면, 마치 콤포스텔라에 깃든 순례자들의 영혼을 노래하는 듯 한 Lyric(가사) 아니었을까요(?)
아! 멋있네요 삶이! 그냥.
그냥 아름답고, 멋집니다. ...산다는 것이.
삶을 돌아보고 싶을 때 찾아가는 길...
살다보면 그런 시간이 온다.
다 버리고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기에는 이미 늦은 것 같고,
가던 길을 그냥 가기에는 왠지 억울한 시간.
‘이렇게 살 수도, 죽을 수도 없는 나이’에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은 그런 시간.
꼭 그렇게 절박함이 목까지 차오르지 않아도 괜찮다.
방향타도 없이 떠밀려 온 속도전에서 벗어나 느리게 숨 쉬고 싶을 때,
짧지만 짜릿한 일탈을 꿈꿀 때,
길 위의 자유 그 불온한 냄새가 그리워질 때,
당신은 어디로 향하는가.
공간의 이동이 삶의 흐름을 바꾸기도 한다는 것을 아는 당신,
몰래 품어온 이름이 있는지.
(어디서 따온 익명의 글입니다. 엘 카미노를 노래하는...)
겉핥기 치곤 괜찮았습니다. 나름대로 행복을 찾는 덴 충분했으니까...
그리고 분명, 도처에 흐르고 있음을 느낍니다. 삶의 의지. 긍정의 기운!!
삶을 걷다 어떤 갈림길을 만납니다.
그리고 그 갈림길은 '변모'라는 어떤 선택의 여지로 다가옵니다.
확실히 신선한 느낌이었구요(!)
머지 않은 훗날 그 갈림길을 여러분들께 좀 더 익숙히 안내해드릴 수 있겠지요.
텅비어있으며, 동시에 꽉 차있는 삶이 아름답습니다.
힘들어도 보람있는 인생이 즐겁습니다.
그래도 새로 태어나고 싶어...
조만간에 엘 카미노를 걸을 계획입니다.
그리고 새로운 자아, 경이로운 삶의 색깔을 찾으면 알려드리겠습니다.
반드시!!
(혹 Santiago걷는 길과 콤포스텔라 여정에 관해 궁금하신 분들은 slee@getomni.com 으로 연락 주십시오. 한동안 제 리서치 역시 계속될 것이니까. 오늘 엔트리 즐겨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