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편) 고요함, ...올드 몬트리얼
반갑게 맞았습니다, 가을! 꽤나 무더운 여름이었거든요.
...암튼 그 해(2016년) 가을이야말로 몬트레알과 함께 도착한 셈이지요, ...제겐.
업스테이트 뉴욕에서 약 300마일 기수를 북쪽으로 잡아 질주하면, 캐나다 국경에 도착합니다. 그리고 거기서 고작 20-30분 드라이브면 우리는 몬트리얼에 입성하는 것이구요. 놀랍게도 워싱턴에서 고작 600마일 남짓 달려와 유럽 어느 고풍의 도시를 만나는 식인데요.
(지인 가운데 '몬트리얼'이 아니라 '몬트리올' 아닌가?? 라고 지적해 주신 분이 계십니다. 흐음.. 항상 한국식 영문 표기에 할말이 많은터라... 제겐 사실 '몬트리얼'이 그나마 조금 정확한 표기로 와 닿네요. 해서 고집을 부려 봅니다. 양해 부탁드리며...)
모든 것이 아름답습니다.
항상 남의 떡이 맛나 보이는 거겠지만요. (도처에 깔려있는) 산뜻하고 세련된 느낌에 압도당합니다. 거리, 우선 인파에서 느낍니다. 깨끗한 그들의 모양새, 정장에 가까운 여자들의 복장이 미국에선 감지할 수 없는 형식과 스타일 그리고 예절을 말해준다는 거.
그리고 고요함(!) 이 도시의 트레이드 마크 정도 되나 봅니다.
Old Montreal 의 (역시)한적한 거리입니다.
유럽의 어느 뒷골목?!
…그렇습니다.
빠리 취향의 뉴앙스가 물씬 풍기는 식당들이 줄지어있는데요.., 아무튼 이 도시 상징의 포근함과 고요함이 편재합니다.
또 한 번 익숙한 감정의 지배를 받는데요. (제 특이의 변덕 말입니다)
반드시 이 순간을 위해 그 많은 여정을 겪은 듯 한 느낌. 흐믓함...
사실 몬트리얼 만의 낭만, ...그 매력이 두드러지는 구역이 바로 Old Montreal 일거라 생각됐는데요.
그 곳, 아담한 카페들이야말로 밝고 명랑한 사람들의 아지트입니다.
제외는 없었구요.
이 곳 역시 몬트리얼 고유의 (조용히?) 화려한 색채.., 그리고 노래하는 듯한 불어의 (조용한?) 왁자지껄이 다 예쁘고 인상적이었으니까.
요 대목에서 군소리 좀 보탭니다.
누군가 그랬다지요. 행복이란 '다가올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현재의 상태'라고. 유감스럽게도 제 견해는 조금 다른 편이라...
'미래에 대한 걱정이 없는 현재...' 생각해보면 그 입장이야말로, 기억과 미래에 대한 초점이 흐려진 망각 상태.., 아니면 일종의 치매 현상 뿐 아닐까 하는 느낌이 강하기 떄문입니다, …제겐.
바꿔말하자면, 사실 그런 상황.., 가능할까요??
먹고 살아야죠, 건강을 지켜야 하고, ...가족과 주위를 보살펴야 하는 인간들이 불투명한 미래를 의식하고 걱정해야 하는 건 피 할 수 없는 일 아닐까 하는 말입니다.
모름지기 전 행복의 정의를 (미래에 대한 걱정 제로가 아니라) 차라리 '미래를 같이 걱정 해주고, 그 짐을 나누어 짊어질 사람이 곁에 있는 것'으로 정정하고 싶은 마음인 거지요...
새삼 느낌니다. 뜬금없이... 이 곳 몬트리얼에서.
(가는 곳마다) 삼삼오오 저들 모임과 즐거운 얼굴에서, 바로 그런 행복을 엿볼 수 있었는데요.. (괜스래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우리 주위에서의 왁자지껄 모임과...)
말을 돌려…
특별히 좋은 여행이란 그래서, 그렇게 사랑과 행복의 대목을 새삼 발견할 수 있는 여행, ...아닐까? 합니다만…
찾다보면 (윗 사진처럼) 귀엽고 다정한 많은 것들이 따뜻한 삶, 동반자, 그리고 사랑의 대상으로 눈에 띄게 되거든요.
그렇네!.. 얘기되네, 그렇죠(?!)
넓은 세상을 느끼며, 작아지고 겸손해지는 동시에, 인간이 반드시 사랑할 수밖에 없는 대상을 찾게 하는 여행 말이죠... (전 항상 생각합니다. 일찍이 포기한 사랑이 많은 사람은 아직 여행을 몰랐기 때문 아닐까 하고...)
그리고 바로 그 행복의 대상을 빠짐없이 카메라에 담을 수 있는 여행을 쫓습니다, 저는(!)...
“이 세상 어딘가에서 누군가 셔터를 눌러 사진을 찍을 때, 그 순간이야말로 ‘단 한 번의 순간’이 된다.
시간이, 멈추지 않는 우리의 시간이, 사진으로 자신의 유일무이함과 고유함을 증명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 단 한 번의 순간은, 한 장의 사진이 없었다면 영원히 잊힐 수도 있었던 한 편의 이야기로 이렇게 태어난다.“
-빕 벤더스의 사진집, 「한번은...」에서 얻은 진리입니다-
몬트리얼은 문화와 예술이 알맞게 구색을 이루는 곳이고요.
몇 마디로 도시를 묘사해 본다면.., 전혀 대도시스럽지 않은 '고요함'과 '청결'을 완벽히 품고있는 공간이라 하겠습니다.
도시인의 대다수가 백인인만큼 흑인, 동양인이나 유색인종의 수가 눈에 띄게 적은 것, 영어보다는 불어, 흡연인구가 많은 것 등이 미국과는 대조적이라 할 수 있겠는데요...
퀘벡의 공식 언어지요. 길 싸인이나 간판들이 모두 불어로 돼있어 길 찾는 영어권 방문자들에게 다소 불편한 점이 있습니다만. 그러나 도시 사람들이 모두 2개국어에 능통한지라 그 외 커다란 불편은 없는 셈이구요.
느낌 뿐이었겠지만요…
경찰 차량이란 거의 보이지 않는 탓에, 도시를 거닐며 중얼대게 됩니다. "이렇게 고요하고 청결한 도시에도 과연 범죄는 있을까(?)" 하고.
그렇습니다.
첫 인상이 그랬듯이, 어디를 가나 정수된 물로 깨끗히 닦아낸 듯 한 느낌의 공간이 바로 몬트리얼입니다.
노틀담 바실리카
Old Montreal 을 걷다보면 멀지 않은 곳, 바로 거기서 몬트레알 방문의 하이라이트를 만납니다. 노틀담 바실리카(대 성당)지요.
제 눈과 마음만 꽉 차고 즐거웠던 건지, 이번 제 삶과 여행에 동반자로 데뷰한 알파 7II 카메라가 모름지기 최고의 날을 맞이했던 건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집 떠난 방랑자의 안식처이자, 사진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절대 지나칠 수 없는 ‘퀘벡의 보석’은 그렇게.., 거기 그렇게 도사리고 있었으니까요.
컬러풀하고, 화려하게, 그리고 동시에 겸손하고 우아하게, 인위적인 모든 것을 능가하는 예술과 美를 과시하고 있었는데요...
잔뜩 긴장된 상태로 조심스레 발을 드려 놓습니다.
15-16세기 바로크 스타일 건축물이던 성당이었는데, 1800년 때 확장 재건됐다는 노틀담 바실리카는 명실 공히 건축계의 보석으로 간주됩니다.
들어 볼 기회는 없었지만, ...유명한 바실리카의 파이프 오르간입니다.
로마네스크 건축이 아닌 전형적인 바로크와 고딕 스타일의 바실리카는 그래서 스테인 글라스 치장과 창문이 많습니다.
둥근 돔형식 천장이 아닌, ..설명하자면 (전문용어로 첨두 아치라 하나요??) 천장 아치들을 교차시키고 끝을 뾰쪽히해서 힘을 분산시키는 뭐 그런 디자인이죠.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하면서도 무계와 품위를 잘 드러냅니다.
맞습니다.
사치스러우리만큼 화려한 내부 장식과 디자인이 근대에 이르러서도 전 세계 건축의 보석임을 유감없이 과시하는 셈입니다.
물론 몬트리얼 고유의 고요함과 정서는 많은 방문객, 인파에 상관 없이 성당 내에서도 엄숙히 유지되는 식이었구요.
쌍둥이 종탑. 노틀담 바실리카의 정면과 입구의 상징이구요.
어지러워진 마음과 영혼을 달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눈을 감고 물소리를 듣는 것이라 합니다.
침묵과 물방울 소리의 혼합..,
마법이죠. 그 공식이야말로 신기할 정도로 정신을 정아 시켜준다는 까닭에.
피곤한 여정에도 그렇게 삶의 실타래를 풀어보려 노력하는 것이 모든 방랑자들의 습관이기도 하지요.
눈을 감고, 오랜 시간, 참으로 오랜 시간, 먼 길을 걷는 자신들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할 겁니다.
그리고 다짐해 볼 것입니다.
앞으론 더 좋은, 더 꽉 찬, 사진을 남겨놓을 것이라(ㅎㅎ)...
그뿐 아니죠. "앞으론 더욱 애정을 느끼며, 또 베풀며 살 것이라는 것도...
아무튼 앞으론 더욱 귀담아 들어주고, 얘기해주고. 더욱 많이 웃어주고, 애쓰고... 또 앞으론 주위 모든 것에 더욱 감탄하며 생활 할 것이다", 라고 말이죠.
아(!) 한 가지 더. '방랑 사진사'는 역시 결심할 것입니다.
"앞으론 눈을 뜨고 물소리를 들어볼 것"이라고 말이죠. 그래야 주위의 모든 아름다움과 평화를 눈에, 그리고 카메라 렌즈에 담아 볼 수 있으니까...
몬트리얼의 가을...
청결하고, 아름답고.., 그리고 퍽이나 고요했구요. 도처에 물 흐르는 소리, 또 그래서 세상을 떠도는 (저 같은) 방랑자들의 발을 멈추게하고, 삶을 반추하게 하는 진실한 공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