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편) 금빛 황혼.., 산토리니
산토리니의 낭만..,
유독 황혼에서만 찾을 수 있는 건 아니었지요. 도처에 편재했으니까.
신비에 가까운 고요함, 에메랄드 물결, 세월의 풍화를 전시하는 산등성이 그리고 돌길.
...누구나 한두 개쯤 품고 있을 법 한 그리움을 자아내는 고즈넉한 골목들.
그 모든 것에서 말입니다...
예쁜 스토어들 역시 만납니다.
산토리니만의 멋과 낭만... 기억 속에 보관할 꺼리들 잔뜩 과시하는...
암튼 한적합니다.
너무 조용해서, 텅 빈 그 적막함에 쓸쓸하기도 하구요.
제트 엔진 여객기라면 고작 한 두 대 내릴 수 있을까 생각되는 시골 비행장이었습니다.
아직 트랩을 밝고 내려서 버스를 이용, 자그마한 터미널까지 움직여야하는 그런... 그것이 우리를 맞는 산토리니 공항의 소박한 모습이었구요.
그래도 좋기만 했던 건, ...세상 어디엔가 아직 그런 구수할 정도의 촌스러움(?)이 존재한다는 사실 아니었을까요. 세상을 뒤지는 이들에겐 완전 '불만제로'...
화산 폭발로 형성된 섬의 검붉은 (황토) 피부에 푸른 풀로라 기색이란 있을 수 없는 식입니다. 화산이 뱉어낸 용암과 라바의 검은 흙만 도처에 깔려있는 셈이니까... 그리고 긴 세월 더욱 퇴색되고 쭈그러든 피부, 주름살... 삭막하기까지 한 것이 그리스의 섬 산토리니의 첫 인상이었을 것인데요...
시간을 오래 전, 그것도 한참 뒤로 돌려, … 과거의 시공時空에 빠져봅니다.
호텔 미니밴이 (굴곡 많고 엉성히 포장된) 일차선 해변길을 타고 산등성이로 올라갈 때, 바로 느낍니다. 우린 바야흐로 시간이, 현대 문명이 비껴 지나가버린.., 그러니까 흡사 (기억들 하시죠?) 영화 ‘대부’ 에서 마이클 콜레옹이 살인을 저지른 후 도피 생활을 하던 50년대(?) 시실리 전경. ...뭐 그런 세팅 속에 들어와 있는 건 아닐까...
😲!
라디오에서 흐르는 비파소리와 리듬이 더욱 구슬픈 뉘앙스를 뿌려댑니다. 오래전 얘기죠 (족히 15-20년은 안 됐을까요?!) 이곳 산토리니 출신의 피아니스트 야니가 아크로폴리스에서 풀 오케스트라로 자아내던 심포닉 선율 '산토리니'의 강한 힘, …헌데 그 에너지와는 다소 대조적인 연약함, 그리고 쓸쓸함이 편재합니다. 도처에!
창밖 시야로부터 뭐랄까.., 어떤 처절함(?)마저 접수됩니다. 마치 자식들이 다 떠난 후, 텅 빈 둥지를 지키는 부모의 마음 같은...
연민일런가. 외롭고 쓸쓸해서, 허전해서 말입니다. 그래서 차라리 포근하고 아름다운 공간이기도 하다는 모순에 휩싸이는 건 신기한 체험이었구요.
암튼 그래요. 젊은이들은 이미 유럽 본토로.., 카프리나 리비에라처럼 넓고 화려한 세상을 찾아 떠나버렸고.., 늙고, 여린 부모들만이 남아 있는 조촐한 시골 모습. 뭐 그런 느낌, …방문 내내 떨쳐버릴 수 없었구요.
그래도 암튼.., 이것이 산토리니다!!!
(다소 감상적 표현입니다만...) 모름지기 산토리니의 멋과 낭만은 외롭고, 조용하고, 또 삭막하기까지 한 분위기에서 시작되는 지도 모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한국인들처럼 백의민족이었던 듯싶은 그리스인들의 성격이 바로 백색 집들과 푸른 지붕에서 반영되는 듯 싶었습니다. 방문 줄곧 우릴 동반했던 푸른 하늘이 왠지 다른 세계의 것처럼 새롭기도 했는데요... 사진엔 종각 뒤 배경은 (그러니까 산토리니 섬의 서북쪽 해안이죠) 역시 고요하고 적막하기에 아름다운 칼데론 해변입니다.
요 대목에서 호텔 평가와 추천 보탭니다.
산토리니는 많은 호텔이나 숙박 시설을 유치하지 못합니다.
얼마 안되는 그들 중, 방문하시는 분은 반드시 (그 이름도 섬에 걸맞는) Mystique 호텔 (윗 사진) 을 찾으셔야 할 것 강추드립니다. 네. 엑조틱하죠(?!) 은밀하며 섬세한 멋.., 낭만이 흐릅니다. (이름처럼 비밀스럽고 신비스러운 숙박을 체험하시게 될 것 확신드릴 수 있구요)
이를테면 이것이 호텔 로비와 객실을 이으는 홀웨이고, 오른편 연립주택식 방과 발코니가 객실들인 셈입니다...
반드시 기억하시길...
산토리니 낭만의 궁극은 바야흐로 이곳, 호텔 미스티크에서 펼쳐집니다. 사실 그래서 유명한 곳입니다. 전세계적으로... (추가 정보: 엄청난 수요 탓에 호텔 미스티크 숙박은 적어도 4-5 개월 이상의 선약이 필요로 됨을 상기 시켜드립니다)
자! 그러니까, 바로 이것이(!!)…
그 유명한 산토리니의 황금 일몰입니다.
산토리니의 가장 서쪽, ...높은 기슭에서 (비단 호텔 미스티크의 발코니에서만) 잡을 수 있는 전경이거든요.
그렇습니다.
이것이 바로 세계 3 대 황혼 절경의 하나라고들 말하는 산토리니의 '황금 황혼'입니다. (금번 제 긴 여정의 목적이자 결실이었구요...)
기억하시길... 바로 이것 하나만으로도 호텔 미스티크 숙박은 고귀한 체험이자, 선물이 될 것이지만... 말 나온김에 호텔 소개 조금만 더 추가합니다. (아! 물론 제 소개는 호텔 측의 마케팅이나 PR, 그런 것과 아무 상관 없으며, 그에 따른 어떤 혜택도 제공 받지 않았음을 알려드립니다)
어떻든, 호텔 미스티크의 독특한 객실입니다. ...그러니까 바다를 내려다보는 산등성이에 언뜻 보면 뉴 멕시코의 아도비(Adobe) 식 건축, 그러니까 흙으로 빚은 토굴을 개조해서 객실과 발코니를 형성한 듯한 디자인... 아시죠?! 산토리니 특유의 흰색 벽과 흙 지붕, 그리고 황토의 따뜻함과 아늑함에 여행자들은 피곤한 여정을 쉽게 달랠 수 있습니다.
작은 사이즈에 걸맞는 호텔 측의 친절, 빈틈없는 서비스.., 아주 좋았구요. 모든 시설이 세상 어디서도 경험할 수 없는 특이함이자 매력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다를 마주하는 발코니. 일생에 단 한 번 볼 수 있는 산토리니의 일몰, 그 장관을 증인할 수 있는 바로 그 자리입니다.
산토리니의 아.침 .바.다.
황홀하리만큼 컬러풀하지만, 역시 고요합니다. 물에 반사되는 아침 햇살이 눈 부십니다.
...갑작스런 변덕이 저로 하여금
‘혹, 세상에 아직 때묻지 않은 천국이 존재한다면 과연 (?!)’ …을 중얼거리게 만듭니다.
산토리니 방문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해변 먹자거리의 체험일 것입니다.
싱싱한 (한국식) 물오징어, 바닷가재와 생선 즉석 구이.., 영원한 기억에 잠궈두실 수 있을 것이구요. 발밑 바로 아래서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바닷물이 그 맛과 멋을 증폭시켜줌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참, 산토리니 산 백포도주(샤도네 종이기엔 다소 가볍고 담백한, 아마도 삐노 그리지오 정도에 가까운 포도일 듯 한데요...) '잔또삔'이 해산물에 아주 좋은 궁합이 돼드릴 것입니다.
🥂 짠!
모처럼 산토리니 해변을 거닐고있는 여신을 만나는...
행운을 얻기도 했구요.
그리스의 국교인가요(?) 희랍 정통교(Greek Orthodox Church)... 산토리니에 역시 (당연히) 정통교인이 대다수 였던 듯 했는데, 서울에서 볼 수있는 십자가 (교회) 만큼이나 곳곳에 많이 보이는 게 푸른 색 둥근 돔 상징의 정통교회들 아니었겠습니까. 흰 벽에 푸른 지붕은 장난감처럼 예쁘고, 친밀감을 전달합니다.
아니, 말이나 당나귀 외로도 약간의 차량이 섬 안에서의 교통 수단을 책임집니다.
산토리니를 둘러싼 에이진 바다입니다.
물이 맑지만, 모래사장이 없어 수영을 즐기는 이들이 없습니다.
산.토.리.니.
외롭고, 이유 모를 쓸쓸함에 젖어있는 섬.
되풀이 합니다만, 대신 멋과 맛이 그리고 낭만이 동시에 편재하는 곳이지요.
산토리니 방문을 끝내며 조용히 결론 짓습니다. 산토리니, 딱 두가지 명사가 어울리는 곳일거라고...
그리움 과 기다림(!)
그리움... 한 두 개 정도 품지않고 살아가는 이는 없겠지요. 네. 아득한 기억 속, 아주 먼 곳에 대한... 담을 수 없었고, 오래 유지 할 수 없었던 어떤 인연들에 대한 목마름, 말인데요…
웃기죠(?) 머나먼 유럽, 지중해의 끝, 에이진 바다 한 구석에 자리한 낯선 섬이 방문자들 마음 속 깊이 잠들어 있던 (나름대로의) 그리움, 뜬금없이 그 것을 일깨워낸다는 사실 말입니다.
그리고 기다림. 어디선가 읽은 기억이 있습니다. '기다림은 즉 희망의 다른 이름이다' 라는 말. 산토리니는 조용히 기다리는 섬인 듯 싶었습니다. 처절해 보일망정 조용히, 동요없이, ...덤덤하게. 마치 섬을 떠난 젊은 영혼들, 자식들의 귀환을 희망하며 기다리는 것처럼.
암튼 거짓없이 아름다웠습니다, 그래서!!
여러분들 '버킷 리스트'에 빠져서는 안 될 장소임을 ‘잔소리’로 남겨드립니다.
(...그리고 아! 산토리니야말로 서쪽 아주 멀리, 아득한 황혼의 바로 그 밑까지 접근해야 비로서 만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