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편) 모홍크 山의 신비... 업스테이트, 뉴욕
삶의 고귀한 시간, 또 한 번 (낭비가 아니라) 벌어 돌아온 셈이었는데요.
한참 기승을 부리던 더위가 한 풀 꺽인 후, 어느덧 찬 바람이 얇은 자켓을 찔러올 때였습니다. ...그러니까 재작년(2016년) 초가을이었지요. 간만에 고열과 몸살 기운에 시달리면서도, 사진으로 시작하는 또 하나의 여정.., 제겐 마냥 흐뭇할 수 밖엔 없었구요.
자 아무튼 업-스테이트 뉴욕, 깊은 산중에 감춰져 있는 신비의 공간,
모홍크 (Mohonk Mountain) 산의 검푸른 숲과 호수, 그 절경으로 여러분을 인도 할까 합니다.
아, 그리고, ...기대 하시길.
얼마 전 서귀포 방문이후 처음인데요…
모홍크의 신비로움 역시 HDR 브라케팅 촬영 효과죠, 한층 더 산뜻하고 다이내믹 한 컬러로 만나보시게 됩니다.
(참고로 -사진기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 이번 기행 동반은 미러리스 알파 7R Mark II/Mirror-less 풀-프레임이죠. 그 기종으로 처음 시도해보는 브라케팅 촬영이구요. 포스팅엔 약간 어둡게/Under-exposed된 듯 보이지만 원본 효과는 다소 만족에 가까웠습니다.)
여행을 사랑하는 제 인생이야말로...
누구 말마따나 ‘마음이 그릇, 천지가 밥’인.., 식입니다. 여행을 통해 천지를 밥상에 올려놓는 식이지요. 아름답지 않습니까. 아무튼 그래서 풍요롭습니다. 마구 살찌는 꼴이죠(!).
옷 몇 가지를 챙깁니다.
그리고 워싱턴에서 서-북방으로 약 300마일 드라이브를 시작하는 것이지요.
암튼 또 한 번 흠뻑 젖습니다, 흥분에... 착실히 준비를 끝내고 여행의 미로에 발을 드려놓는 순간엔 항상 그렇듯.
신경 쓰인 건 물론 카메라 가방이었구요.
사진으로 시작되는 또 하나의 여행인 만큼... 카메라를 우선으로 챙겨야 하는 바로 그 이유.
오랜 시간 같이 한 Canon DSLR를 '박힌 돌' 빼듯 일축하고 '굴러들어온 돌' 알파 7R II (Sony Mirror-less) 에 12mm 광각 렌즈를 준비합니다. 단렌즈 50mm와 200mm 줌 도 다칠세라 신경을 곤두세워 가방에 챙깁니다. (DSLR에 비해 부피도 작고 가벼운 Mirror-less 휴대는, …네, 빡쎈 여정에 기대하지 않았던 즐거움과 간편함을 제공했구요. 완전 편했습니다! 커다란 부피와 무게로 등을 억누르던 예전의 카멜-백 아닌 작고 산뜻한 쇼울더 카메라 백이죠… 적격이었는데요, 과연 사진의 질적인 면에서도 기대감을 충족시켜 줄지?)
암튼, ...그리고 떠납니다.
뭔가 근사한 놀라움과 마주 칠 기대에 설레면서...
(모홍크 산은 뉴욕 시티에서 서북방면으로 90마일 떨어진, 허드슨 계곡의 부분이라고 하지요)
북적대는 95번 하이웨이를 벗어나 -북방 산길로 접어들며 산뜻하고 여유있는 드라이브가 가능해 지는데요.
차창을 내리면 흘러들어오는 찬공기에서 이미 천고마비 계절의 향을 느낄 수 있던 건 마음 뿐이었을까요(?). 붉은 물감이 세상을 물들이기엔 아직 이른 듯 한 아쉬움이었습니다.
군데군데 시작된 단풍 모습에서 초가을의 포근함이 전달돼 오긴 했지만, 아직 떠나길 거부하는 여름 모습 역시 도처 검푸른 숲에서 군림하는 식이었으니까.
아무튼 약 5시간 남짓 걸려 모홍크 산 정상에 위치한 마운틴 산장 호텔에 도착합니다.
Mohonk 산장 호텔, ...드디어!
굉장하지요. 멋있지 않습니까(?!) 장관이었습니다.
산 정상, 환상의 운치로 모습을 드러낸 모홍크 산장 (Mohonk Mountain House)은 그 첫 인상부터 2015년 'Travel+Leisure' 가 선정한 'World's 100 Best' 수상 자격을 과시하는 듯 했는데요...
그야말로 한 폭의 그림 같았습니다.
(뉴욕) 모홍크 자연 보호 지역과 허드슨 계곡의 절경에 더 할 수 없는 조화를 이룹니다.
정원의 야생화 밭이야말로 인상적이었는데요. 아무튼 모든 것에 하모니가, ...어울림이 편재합니다!
😢 안타깝게도 그러나..,
산장 호텔의 겉모습에 떡 벌어진 입이 꾸욱 닫혀버리기까진 많은 시간이 흐르지 않은 셈입니다.
(솔직한) 호텔 평가부터 시도해 봅니다.
그야말로 '표지만으로 책을 판단 할' 수 없는 이유가 타당성을 얻는 대목이죠...
유감스럽게도 (아름다운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Mohonk 산장 호텔에 대한 제 리뷰만큼은 착할 수가 없네요.
뭐랄까.., 표리부동의 예. 네, 누구나 한 번 정도 만나보셨죠(?)
이를테면 멋진 파티에서 우아하고 아름다운 여인을 만납니다. 그런데, 인사 도중 "끄억"하고 트름을 뱉어내 자신의 스타일을 완전 구겨버리는 바로 그 여인 말입니다. ...그리고 미안한 듯 웃음을 흘릴 때, 엿보이는 누우런 치아!!
(**양해 부탁드립니다. 윗 비유적 표현이 못난 남성 쇼비니즘 따위에서 비롯된 여성 비하의 커멘트는 절대 아닙니다. 바꿔 말씀드리자면, 트름과 누런 치아의 주인공은 충분히 겉치레 멀쩡했던 남자일 수 도 있다는 말씀이구요...)
아무튼 모홍크 산장 호텔이야말로 제게 바로 그런 여인 아니었나 합니다만. 물론 턱없이 비싼 숙박료에 대한 예민한 반응(?), 혹은 과장됐던 기대감과 현실의 충돌이 다소 컷던 탓이기도 했겠지요만은...
(세계적인) 유명세 정도가 아니라 '세계 최고'를 수상 한 바 있다는 호텔이죠. 그래서 몇 개월의 선약 없이는 방을 얻지도 못하는...
Mohonk Mountain House 는 그러나 서비스와 시설 모두가 비싼 숙박료와 그 유명세에 다소 비합리적이었다는 느낌입니다.
숙박실은 낡고 비좁았으며, 침침한 냄새, 침대는 불편했고, 화장실은 그야말로 약 50-60년 전 시설이었습니다.
편의 사항엔 전혀 신경을 기우리지 않은 듯 한데(숙박실엔 WiFi 나 TV는 커녕 제대른 시계 조차 없습니다), 글쎄 이런 것도 복고풍 멋!? 하고 수긍해야 하나🙄?
(작은 객실 한 구석 장작 때우는 벽난로가 유일하게 어떤 낭만을 제공합니다)
아무튼 장난 아닌 숙박료에 걸맞는 여행자들 (최소한 기본) 편의사항 정도에는 하자가 없어야 했구요. 말 나온김에, …식당 시설이나 음식 마져도 전혀 탁월함이 없었던 것 역시 커다란 불만이었습니다.
아무튼 5성 호텔 비용에 어느 (질 낮은) 모텔 정도의 숙박을 경험한 느낌은 분명 유감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요컨대 기대에 못 미치는 호텔 탓에 주위 경치마저 빛 바래지 않도록 애써야 하는 마음.., 방문객에게 그 자체는 분명 실망이었구요.
…그러나 솔직히 호텔에 대한 불만을 젖혀놓는다면,
아름다운 호수를 끌어 안고 자리한 Mohonk 산 정상은 절경 그 자체였는데요.
재미있지요. 변덕일까요(?)...
갑작스레 모홍크 산이 간직하고 있는 신비로움과 아름다움에 모든 것이 용서되는 식이었습니다.
트름하는 여인이나 산장 호텔의 파렴치(?)한 '바가지'까지도...
네, 그랬습니다!
삶이 제공하는 수많은 찰나... 그 연속체.
더구나 모홍크를 통해 우수수 떨어져주는 온갖 모양들, 소리들, 그리고 색깔들... 숨 막히는 그 순간들과 모습들이야말로 영원한 시간의 멈춤 속에 기록돼야할 것이었구요.
아! (완전 간편한 카메라 장비와 함께 행복한!) 저와 카메라의 눈은 쉴새없이 산 속의 디테일들을 쫒고있는 식이었습니다.
참고로 ‘나! 사진꾼이요!’를 촌스럽게 외치던, …커다란 장비와 무거운 백이 없는 세상!
보통 여행자의 간편한 모습으로 돌아온 나 자신이 너무 예뻣??습니다.
“들으세요, 사진꾼 여러분! 세상이 바뀌었답니다. DSLR는 이미 시대에 걸맞지않은 공룡 아닌가요?
촌스러움이죠, 고생이고, …자, 박물관에 보내시고, 미러리스로 변모를 꾀하십시오!”
라고 떠들고 싶은 마음 아니었겠습니까?! …제가!!
모홍크 산 정상의 빙하 호수입니다.
가히 환상적 아닙니까(?!) 뽀샵 없는 실물이지요.
삶이라는 긴 여정의 어느 순간에 '잠깐 쉼표'를 찍는다면 반두시 이 곳이어여 할 바로 그런 장소입니다.
앞으로 Mohonk 산을 방문 하실 분들께 안내 말씀 몇 마디 추가 합니다.
모홍크산에는 사계절 많은 행사와 활동이 준비돼있다고 하는데요.
40마일에 이르는 산악 자전거 트레일, 85마일의 하이킹 코스와 암벽타기, 승마, 보트/카누, 스케이트 등. 물론 경치가 좋아 전 세계 사진사들이 집합하는 곳으로 유명하기도 하고요.
복잡한 도시를 벗어나 한 일주일 여유를 찾는 분들께는 다소 이상적인 목적지가 될 것입니다.
신기하지요.
요즘 사람들 말마따나 '빡센' 도시 생활의 숨통을 트이게 해주는 그런 체험.., 일상의 방황이 바로 이같은 대자연 속에서는 반드시 멈춰진다는 사실 말인데요.
일시적인 현상이라도 좋았습니다.
속세의 걱정과 스트레스들이 거짓처럼 사라져 주는 바로 이 경험!...
그리고 (덤으로!) 느껴보게 됩니다.
우리 자신은 물론 소유하는 모든 것들이야말로 다소 소박한 것들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
하물며 우왕좌왕 힘에 지쳐 애쓸 필요는 더우기 없을 것이라는 자각.
(맞습니다. 바로 이런 여행지의 또 다른 효과는 방문자들을 겸손하게, 또 동시에 대담하게 만드는 것 아닐까요...)
아마도 어느 아주 기분 좋으신 날 주님께서 모홍크를 창조 하셨으리라(!)
가늠해 봅니다.
그리고,
홀가분한 마음,
멋진 찰나를 얻겠다는 욕심,
(근사한) 스토리 텔링을 찾아 헤매는 뷰-파인더,
간편한 미러리스 장비로 무장한, …딱 저 같은 사람이야말로
폼 나는 여행자 아닐까 (?!) 하는,
...완전 괜찮은! 기분입니다.
좋아하는 일로 위안을 얻는 것이 인간이자 삶 아닐까요?
잘 하지 못해도 상관없구요. (일시적이나마)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맛보는 것이 중요하니까…
조용히 (지금 모홍크 산장 처럼) 황혼이 깔리고 어둠이 내리는 시간.
오직 자신에게만 충실할 수 있는 시간,
그 공간에서의 산책, 사진찍기, 글쓰기.
아니 뭐든 원하는 일!, 사랑하는 일!, …이행 할 수 있는 시간.
그 건 반드시 한평생 잘 살아왔다고 자부하는 이들에게만 주어진 특권은 아닐테니까...
아무튼, 산장에서의 사흘은 순간에 흘러가버린 셈이고..,
찬 기온에 두터운 점퍼, 스웨터가 간절히 생각나는 저녁이었습니다.
어느새 내일이면 하산 할 시간인데요.
속세로 돌아가면 모홍크 산, 아마도 한편의 꿈이 아니었을까 느껴질 듯 합니다...
여러면에서 실망과 환희를 동시에 제공한, …신비스럽기까지 한 여행이었습니다.
여러분께도 특별한 시간이셨기를…
아무튼, 누군가 그랬다지요. "여행이 좋은 건 돌아갈 집이 있기 때문"이라고...
마음과 정신의 여유가 재충전 된 탓일까요? (변덕일지도…).
이쯤돼선 집이, 도시가, 그리워지니 말씀입니다.
아!, 마무리하며 사진에 관심 있으신 분들을 위해 미러리스 카메라 평가 드립니다:
첫 동반, 기대치 만큼 성공적이었구요.
DSLR 에 비해 장단 점이 고루 있었습니다만, 작은 사이즈와 편리함 탓에 여행이 편했던 건 (모든 단점이 용서되는) 메리트아니었을까 합니다.
주관적인 평가지만, 사진기 조작과 사진의 질적 (기능)면에서 무게와 사이즈가 월등히 큰 카메라에 절대 뒤지지 않았구요. 특히 7R 시리즈와 밝고 빠른 단렌즈(f 1.4) 사용 시 깊은 다이내믹 레인지의 색상, 그리고 아주 샬로우 한 피사계 심도(Depth of field)와 보케 연출 등에서는 완전 흐믓함을 전달 받았구요.
글쎄, 지극히 주관적인 취향 탓일수도…
그러나 특히 여행길에 자주 오르는 입장에서 미러리스와의 궁합이야말로 논쟁의 여지가 없는 ‘윈-윈’ 일 듯 결론을 내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