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 편) '내 옆에 있는 사람', 프랑크푸르트에서 첫 엔트리
'내 옆에있는 사람'
금번 유럽 방문 중 줄곧 끼고 다녔던 이병률씨의 여행 산문집 제목입니다.
항상 그렇듯, 아름답고 마음에 '찡'하게 와 닿는 것이 그 분의 글모음 아니던가요. 암튼 몇 마디 옮겨 봅니다. 그 중 '매일 기적을 가르쳐 주는 사람' 편에서 만난 글...
사람은 그 자체로 기적이에요.
사람이 사람을 만나고, 마음 안에 어느 한 사람을 들여놓는다는 것은 더 큰 기적이지요.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한 황홀입니다.
우리가 기대야 하는 것은 왜 사람이어야 할까요.
왜 우리는 사람을 거쳐서 성장하고, 완성되어야 할까요.
그리고,
혼자여서 불안한 것은.., 옆에 아무도 없어서 불안한 것은 왜 그토록 무서운 것일까요.
...결국 우리는 아무도 없는 곳으로 숨으려 하지만 사람이 없는 곳에서의 삶, 그게 어디 가능하기나 한가요.
우리는 사람이 그리워 사람 없는 그곳을 탈출하고 맙니다.
그런데,
누구에게나 있죠 왜, 그런 시기.
일상에서의 지독한 피곤, 그야말로 삶의 무게가 잔뜩 덮쳐오는 바로 그 시간...
서로에게 힘들고, ...주위 모두가 이방인이자 낯설고 말이죠.
그런 힘겨운 시간 말입니다.
그리고 그 땐, 혼자만의 고독을 찾아 헤매게 되는데요.
차라리 '사람 없는 그 곳을'이 아닌 '그 곳 으로의' 탈출을 시도하게 되는 식이지요.
어디서 읽은 것처럼 '아름다운 이들이야말로 고독을 즐긴다', 뭐 그런 건 아니고...
건 너무 감상적이니까.
숨으려는 것 역시 아닌.., 일시적으로나마 일상의 조그만 여백이라도 얻을 듯해서...
아무튼 은은하면서도 강렬합니다. 프랑크푸르트.
조용하고 청결하고.., 숨은 골목길들 마저도.
네, 오늘은 여러분을 푸랑크푸르투의 둥지, 그 속으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뜬금없을 망정 고독, 그리고 그 것이 동반하는 어떤 로망이죠. 그 달콤함(?!)에 관한 대화 나눠봅니다.)
화사한 봄날, 맑은 하늘 밑 프랑크푸르투의 산뜻함입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건축물에 간간이 끼어 빛을내는 독일식 튜더(Tudor) 스타일 건물들이죠. 보는이들의 눈을 즐겁게 해주지 않습니까.
만성 피로를 깨끗히 씻어주는 에너지...
파아란 하늘, 시리도록 푸른 물...
바람은 여전히 우리 얼굴을 스쳤지만, 싱그러운 봄 기운이 완전 맴도는 시간이었구요.
그냥, 산.다.는.것.., 살아 숨쉰다는 은혜와 아름다움.
그것만 탐닉하게되는 시간이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 시를 지르는 강, 그러니까 마인(Main) 강인데요. 조금 더 흘러 라인 강으로 흡수된다죠.
마침 주말을 맞아서일까요. 한층 아름답고 편해 보였습니다.
이곳 사람들...
평화롭고, 조용하고, 삼삼오오 ...도처에 소란없는 모임.
사실 민폐없을 정도로 떠들썩하기도 해요. 밝으니까, 이들 삶!
아마도 우리보다 삶의 달콤함에 한 발짝 더 가까운듯 해서, 부럽기도 하구요...
뢰머 광장입니다.
(그러니까 프랑크푸르트의 옛시청과 산뜻한 목재 건축물들의 전시장이지요)
멋진 도시입니다. 프랑크푸르트..
유럽의 맨하탄이라하죠.. 그래도 옛것을, 오랜 역사와 문화를 잘 보존하는...
옛것과 새것의 화합이야말로 유럽의 트레이드 마크지요. 프랑크푸르트 역시 제외는 아니었구요.
카메라를 들고 앞에 선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찬 느낌이었는데요. 그야말로 사방에 포토제닉한 건축물들의 집합이었으니까.
지극히 주관적인 느낌입니다만...
고독이란 혼자되어 쓸쓸한 것과는 조금 다른 게 아닐까.
'외로움'과는 이질적 상황이 되겠죠.
그러니까 세상에 홀로 남겨진 듯 격리된 상태가 아니라..,
삶이 던지는 도전에 대응하기위한 (혼자만의) 자율적 추구. 그 과정은 아닐까 하는,
...글쎄 말이 될런지(?!)
삶이 간헐적으로 퍼붓는, 그러니까 반드시 혼자 이행해야 하는 작업...
(옆에 있어야 할 사람이 없어서가 아니라, 사랑하는 이들이 없어서가 아니라 말이죠, 차라리 그들을 사랑하고 위하는 탓에) 타인과의 소통보다 자신과의 깊은 대화가 먼저 필요로되는 상황 말입니다.
그런 때 절실히 필요하지요.
낯선 환경 속에서의 홀로됨, ...여행. 그리하여 발견, 느낌, 자신과의 타협.., 뭐 그런 거.
사실 저는 그것을 고독의 로망.., 그리고 그 '달콤함'이라 부르는 꼴이구요.
암튼 현재를 삽니다, 여기서는... 훈훈함이지요, 사랑이고.
프랑크푸르트,
아마도 서울과 비슷한 역사의 환부를 지닌 도시일 것입니다. 그러니까 1944년, 세계 제2차 대전이 끝나갈 무렵 연합군의 폭격으로 도시의 85%가 초토화 됐구요. (위사진)
그 후 이른바 라인강 기적의 부분이겠죠.
모든 것이 피와 땀으로 복구된 후, 이젠 이렇게 독일 뿐아닌 전유럽 경제권의 중앙에 서있는 모습입니다.
역사의 어둠만은 아닌 따뜻한 기억이 로망으로 전달되는 터전인 셈이지요.
봄하늘의 모습이 더욱 애틋하고 사랑스러웠구요, 오늘은...
네, 그래요. 인간이라면 견딜 수 있는 분량, 딱 그만큼의 고독 속에서.
사는 일, 어찌보면 그냥 그렇고 그럴 뿐인데 말이죠. 변덕일까요(?) 살아 숨쉰다는 아름다움 제대로 느껴보는 그 기분...
이병률씨의 말씀을 한 번 더 도용하자면, 그렇습니다. "인간으로 내가 행복하지 못하다면 주위에 절대 행복을 나눠줄 수 없을 것이다"의 절대 수긍...
그리고 요 대목에서 다시 전달해 봅니다.
왜 가끔씩 인간은 혼자이어야 하는지... 혼자만의 시간이 주는 일상의 여백과 평화, 왜 그다지 필요한지 말입니다. (로망?! ...밥먹여주는 것도 아닌데)
하하 어쩌면 우리 모든 인간은 뚜렸한 이유없이, 그냥 그렇게 사서 고생하고 힘들어야 하는건 아닐까요(?)
누구나 느껴본 적 있죠(?)
과연 세상이 나만을 위해 돌아주는 건 아니었구나 하는 기분... 아, 그리고 그래도 좋다는 느낌.
그냥 즐기면 되니까.., 삶(!). 조용히, 바로 이곳 사람들처럼.
가만히 귀를 기우립니다.
...들리네요.
젊음을 한참 뒤로하고도 차라리 더 부딪치는 것들이, ...혼란이 많아지는 건
하늘이 푸르고
햇살이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람들
도처에 피어나는 꽃들
향짙은 커피 한 잔
그리고 주위에 사랑하는 사람들
에 대한 많은 걸 모르고 생활해왔던 때문
(...이라고 속삭여주는 자연의 소리)
끝내려다보니 뺴놓은 게 있죠??
네, 이곳 음식 소개.
독일, 사실 소세지와 맥주의 종주국 아닙니까...
참, 말 나온김에, 제가 제일 좋아하는 음식, 소세지!!
사실 그래요. 가는 곳마다... 풍부해요!
최고였지요! 그 맛.
기회 되시면 반드시 맛보셔야 합니다. 나크워스트 (knockwurst), 미국서도 많이 먹죠. 왜, 소세지에 절인 캐비지(Sauerkraut) 잔뜩 덮어주는... 그 오리지널 판!!
아, 독일의 와인 생산과 소비량도 장난이 아닌데요, 와인 중에는 리즐링 같은 백포도주, 그리고 카버네 쇼비뇽등의 적포도주 종이 다양한셈입니다.
사진 주인공은 독일에서 따라온 다정한 인형 친구, 한스입니다. 와인을 좋아하죠, 저처럼.
그리고 시가 피는 꼴.., 저처럼!
참! 그리고 말나온 김에, 이곳 사람들.
글로벌 하이-텍크와 엔지니어링을 주도하는만큼, 산뜻하게 정리된 환경을 고집하는...
게르만 민족의 자랑스런 DNA 아닐까요. 규율과 절제력 그리고 디시플린이 흐릅니다, 도처에.
방문객에 친절하고 예절바른 건 물론이구요.
주중의 점심시간이죠.
한국처럼 거리음식이 많고 다양합니다. 먹자거리 천지인 셈이고...
조용히, 질서있게...
포장 마차식의 점심 서비스를 기다리는 직장인들 싶습니다만...
아이스크림 무척 좋아해요.., 이 사람들.
그러니까, 저 만큼이나...
이른봄 목련꽃이 만발할 무렵
아름다운 방황이자 로맨틱한 혼자만의 시간...
거셌던 마음 속의 풍파가 어느정도 가라앉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옆에 있는 사람에게 새삼 고맙고, 전달하고픈 말 많아졌고...
프랑크푸르트의 푸른 기운에, 바람에, 날려버린 삶의 피로에는 의심이 없었지요.
분명 쓸쓸한 고독은, 낭만이었던 듯 싶습니다...
아! 그러나 동시에, 이병률씨 말씀대로, 혼자 살아갈 수 없다는 사실 또 한 황홀! 아니겠습니까.
이제 돌아가야죠. ...내 사람들 있는 곳으로!
프랑크푸르투와 라인강 지역의 추가 스토리, 그리고 독일 여러 지방에 감춰진 작은 보석들을 차후 몇 회에 걸처 보여드리도록 할 것입니다.
아무쪼록 행복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