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편) 가깝고도 먼... 그런 도시, 동경.
그렇죠. 동경은... (일본, 바로 그 나라처럼)
한국인들에겐 가깝고도 먼... 우방인지 적국인지 모호한 입장의 장소, ...바로 그런 곳.
결론부터 드리자면 그러나, 괜스런 선입견이 민망했을 정도로 상냥하고 친절한 동경 사람들과의 만남었다는 사실입니다.
늦은 밤 (나리따를 피해) 도시 중심에서 가까운 하네다에 발을 듸디며 느낍니다. 아, 아직 세상엔 이다지 깨끗한, 정리 정돈의 극치를 과시하는 도시가 있구나 하는 걸. 하루 만에 멈췄다는 초여름 폭우 탓에 공기 마저 향기롭고 산뜻했습니다. 뭐랄까, ...서울이나, 베이징에서 느낀 청결함과는 또 다른, 그러니까 겉치례 뿐 아닌 도시의 핏줄과 뼈속까지, …그 뿐아니라 시민들까지 말입니다. 예절과 세련미의 깔끔함을 보여줍니다.
네, ...그것이 바로 동경에 대한 첫인상이었습니다.
항상 그렇 듯 유럽과 극동 방문에선 역시 옛것과 새것, 그 환상의 조합에 제일 먼저 찬사를 보내게 되는데요.
사실 동경이 전시하는 (역사의) 문화 유산이란 기대치에 많이 모자라 듯 빈약해 보입니다.
요컨대 중국 대륙은 물론 한국의 것 정도에도 못 미칠 정도였지 않았나 가 제 주관적인 느낌이었구요. 그러나 자신들 문화적(?) 배경의 트레이드 마크인 단순함, 간결함이 돗보이는 상징적 모습 만큼은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사진은 일본의 마지막 쇼군 도꾸가와 요시노부의 궁인데, 동경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먼저 동경의 아카사카 (이 곳 사람들은 '악사카'라 부르더군요) 방문인데요.
잘들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수공품, 선물, 기념품 가계들과 음식점이 밀집돼있는 쇼핑구역이지요. 그러니까 유명 브랜드나 비싼 물건아닌, 저렴한 기념품등 잡동사니의 시장인 셈입니다. (아! 붕어 빵이나, 설탕을 녺여 만드는 깡/뽑기 등 우리 문화에도 젖어있는 오랜 것들이 눈을 끌기도 합니다).
어딜가나, 누구와 대화를 나누거나, 상냥함과 예절이 성급히 전달돼옵니다.
아무튼 동경인들은 어찌 매사에 그렇게 다 고맙고, 반가운지 말이죠...
아!, 그리고 그 건, 반드시 이방인/방문객에만 펼쳐지는 배려가 절대 아님을 금방 알게 되는데요. 자신들끼리도 마냥 고맙고, 또 고맙답니다.
듣기에 도쿄 시민들이라면 누구나 하루 평균 20-30번 이상은 "아리가또 고자이마스"를 뱉어낸다니 말이죠. (아마도 잠꼬대까지 치면 30-40번 족히 안 될까요?)... 아! 요 대목. 냉소적인 입장이 절대 아닌, 저의 진정한 존중과 부러움에서 나오는 말이니만큼, 오해가 없으시길!
이채로움은 복잡한 시장 거리 치고, 놀라울 정도로 깨끗하다는 점 일텐데요.
사진에서 보시다시피... (아! 말 나온김에 잘 살핀 후 찾아내시길.., 신기한 점!)
궁금 하신가요!? 자, 다시 볼까요(?)
차량 도로처럼 인파의 흐름도 가는 방향에 따라 오른편/왼편으로 나눠 움직이고 있지요. 오가는 사람들의 충돌을 피하는 것입니다.
신기한 건 동경인들의 약속이나 한 듯 몸에 밴 그 질서 의식이 지극히 기계적이며 도구적인 느낌으로 와 닿기도 한다는 사실인데요. 바꿔 말하자면 그들이 과시하는 예절과 산뜻한 미소 뒤에 깊이 자리한 어떤 냉정함?의 전달(?) 하고 생각해보게 됩니다만, 어떻게 보면 단순한 필자의 ‘모냥 빠지는’ 신경 과민은 아니었을지…
(...모름지기 사회의 철저한 질서가 차라리 이상스레 다가오는 건 아직 제 정신에 비문화적 반향이 도사리고 있다는 의미는 아닐까 걱정도 해 봅니다만)
아무튼 아카사카 방문은 일본 종교를 상징하는 불교와 신토교의 템풀들 밀집 구역에서 끝내게 되는데요.
잘 알려져있듯, 일본 불교는 선禪(Zen)교리 체계로 깊은 생각/깨닭음의 수행을 바탕으로 합니다.
마음을 가다듬고 정신 통일로 깨닭음의 경지에 이른다는 입장, 그래서 고요함을 고집합니다만...
그러나 어찌보면 말이죠, 한국 절들에 비해 다소 오픈돼 있어 보이기도 하고, …차라리 세속적이며, 컬러풀한 색채로 눈을 끄는 점에 친밀감 역시 경험합니다.
선禪 불교 의식인지 신토 사상의 리추얼인지 모르지만, 이 곳을 지나는 사람들은 바로 이 연기로 마음과 영혼을 정아시킨다는 이벤트에 반드시 참여하게 됩니다.
(서울과 대조적이죠) 베이징처럼 동경 어디에서도 교회나 성당, 기독교의 십자가란 찾을 수 없는데요.
아무튼 일본인들의 90퍼센트가 불교신자이며, 역시 80% 이상이 신토교를 신앙한다는 통계를 보며 얻는 결론은 하나입니다. 그러니까 일본인들은 불교와 (다신교) 신토를 동시에 믿고 숭배한다는 입장인 것이지요.
재미있는 건 이곳 사람들의 익살인데요.
크리스마스 (하루) 만큼은 모두 즐기고 기념하기 때문에 자신들이야말로 세상에 유일한 '연 중 하루 기독교인'들 일 것이라는 얘깁니다. 아무튼 크리스마스 문화의 선물/카드 교환이나 파티는 일본인들에게 역시 즐겁고 익숙한 이벤트인 셈이지요. 흥미로웠습니다.
다음은 동경의 가장 대표적인 신토 템플/사원을 방문입니다.
아! 신성한 곳인만큼 출입 전, 성수(Holy Water) 의식치례를 반드시 이행해야 했는데요.
성수聖水로 입을 통해 정신을 닦아내야하는 바로 그 의식입니다. 바가지를 다루는 절차가 까다롭습니다만, 그러나 반드시 지켜야 할 예절인지라 이방인들에겐 몇 차례 레슨이 불가피 하구요.
일본
사실 장인 정신의 종주국 아닙니까.
요컨대 국수 집 기술이 6대, 횟집 기술 만 10대에 걸쳐 내려오는 곳이 동경이자 일본이라지요.
(세상을 뒤지면서도 더 긴 것을 본 적이 없을 정도의) 긴 빗자루로 신토 템플의 바닥 청소를 이행하는 이 사람의 동작이야말로 몇 대를 내려온 기술 아닐까 하는데요. 신기한 리듬으로 원형을 그리며 바닥을 빛냅니다.
방문객들의 박수와 환성에 아랑곳 없이 차분히, 조용하게...
신토 템플 입구, 사케를 상징하는 술통들 진열은 유명합니다.
그렇습니다.
사실 동서고금을 통하여 많은 문화와 민족이 술과 영혼 정아의 연결점을 고집해 왔는데요, 암튼 애주가들에겐 환성의 기회겠지만, 요 대목에서 이곳 사람들처럼 얌전히 고개를 숙여 예절을 지켜주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일찍부터 서방의 모든 문화를 받아드린 일본인들 아닙니까.
그런 그들 사이에서도 (종교의 입김이겠지만) 모름지기 결혼 예식 만큼은 신토 교리 의식 절차가 철저히 고집된다는 얘깁니다. 그래서 서양식 예식은 지극히 드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합니다.
(사진은 결혼 예식의 신랑 입장이구요)
아무튼, 운 좋게 템플 방문 중 -마침 이행되는- 결혼 예식을 증인 케 됐는데 말이죠.
구태여 간단한 소감을 전달해 본다면, 또 한번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고요함'을 증인하는 계기였다는 점일 것입니다. 모름지기 서민 층 사람들 사이에선 얻어내기 힘든 장소와 시간이었던 것으로 미루어보아 꽤나 명성있는 가문들의 혼례식이었던 것으로 인식됐습니다만, '떠들썩'은 없었습니다. (한국인 예식과는 달리) 소란스러움 없고 조용히, 검소할 정도로 작은 규모로 이행되는 식이었는데요.
특히 전통의상이 돋보이죠... 우아함이었습니다.
아름다운 신부의 모습입니다.
수다 좀 보태자면.., 신부가 쓰고있는 흰색 모자 얘긴데요.
흥미있는 스토리, …들어보시죠.
그러니까 결혼 예식에 즈음하여 신부는 머리의 (보이지않는) 뿔을 영원히 감춘다는 의미지요.
(제가 아마도 한 이틀 밥을 얻어 먹지 못 할 듯 합니다만...) 동서고금을 통하여 어쩔 수 없는 여자들의 성질과 '간헐적 폭발 증후군' 있잖습니까. 특히 불쌍한 남편들에 대한...
요컨대 (여자들의 보이지 않는) 그 뿔이 원인이라는 믿음인데, 암튼 결혼 후 그 걸 영원히 감추겠노라는 신부 측의 약속이 그 흰 모자를 통해 전달된다는 뜻이랍니다. ...귀엽지 않습니까.
그렇습니다.
동경의 두드러지는 특징. (대도시스럽지 않게) 어딜가도 조용하다는 사실 말입니다. 도처에 고요함과 잔잔함이 편재합니다. 왁자지껄 소란함이 없습니다. ...되풀이 합니다만 마지막 방문했던 베이징이나, 서울과는 다소 대조적인 셈이지요.
어찌보면 재미있는 사람들입니다. 동경인들...
상상 외로 중국을 제외한 어느나라보다도 영어가 딸린다는 믿기지 않은 사실이 저를 당황하게도 만들었지만, 그들의 친절과 긴 세월 방랑이 가르친대로 대화 (...그러니까 손짓 발짓을 동원한 의사 소통이죠) 만큼은 금방 익숙해지더라는 말씀입니다.
곧 헐리우드에 진출 할 닌자를 만났는데, 성공하는대로 제게 연락할 것을 다짐받기도 했구요...
도처에 보이는 일본 전통의상은 나름대로 귀엽고 다소 '광대'스러운 친밀감 마저 선사합니다.
인력거죠. 뭐?! 21 세기에?? …아무튼 아직 인기있는.
어쨌든 동경에도 새 것. (동경 베이를 달리는 유람선...)
그리고 옛 것. (같은 베이를 누비는 낡은 유람선)
그렇습니다. 깨끗하고 산뜻한 그들의 조화.., 돋보이는 것들이 가는 곳마다 편재합니다.
동경 타워입니다.
동경을 방문하시는 분들은 당연히 한 번쯤 찾아보시는... 중간 정도에 위치한 전망대에서 360도 조감-비유로 동경 시내 내려다 보시게 됩니다.
호텔 평드립니다.
사진이 동경 팰리스 호텔 (이곳 사람들 이름하여 '도쿄 파라스 호떼루') 인데요. 명성도 그렇고 위치나 서비스 탓에 좀 비싼 편입니다. (이곳 숙박이 제 여행비의 많은 부분을 축내는 바람에, 다음 여정에서 상당한 부분을 삭감, 비용 절감이 불가피 했지만 말입니다!!)
그러나 이곳의 '숙박 자체가 동경 방문의 커다란 체험이다'라는 여행 컨설팅 측의 조언을 들었던 건 물론 후회없는 짓이었습니다.
(필자에게도 배낭 여행, 혹은 숙박의 편안함에 상관없이 젊음 하나로 외지를 떠돌던 시절이 있긴 했습니다만)
이쯤돼선 쉬어가며, 편안히 즐기는 여행을 선호 하게 됩니다.
그래서 말인데 사실 요즘 여행, 가장 중요한 부분이란 하루의 힘든 강행군을 달래줄 편안한 침대, 화장실, 그리고 맛난 음식과 서비스아니겠습니까. 그 것들이 충족될 때, 여행을 곱으로 즐길 수 있는 건 말하나마나지요. 모름지기 팰리스 호텔의 모든 것엔 완벽함(!)이 있었습니다.
마지막 쇼군 도꾸가와 요시노부의 궁이 바로 눈 아래 (아마 그래서 Palace Hotel이라 이름한 듯 싶은데요), 그리고 동경 비지니스 디스트릭트를 앞에 두고 있어 동경의 심장에 들어와 숙박하는 느낌입니다. 서비스는 호텔계의 최상급에 속합니다.
동경 방문을 계획하시는 분들께 몇 개월 분 저축금의 추가 '탕진'을 감안하시더라도 반드시 이 곳에 짐을 풀어 보실 것, 조심스레.., 그러나 강력 추천드립니다(!).
객실 발코니에서의 동경 야경입니다. 역시 깨끗하지요. 평화가 있습니다.
소개가 필요없는 긴자 거리죠.
주말엔 차량 통행을 금지해 붐비는 쇼핑객들로 하여금 대로를 이용할 수 있게 합니다.
유명 브랜드의 고향이자, 한 때는 유럽 패션과 고가 상품의 극동 전시장이었겠는데요, 이젠 서울은 물론, 홍콩, 베이징이나 샹하이 탓에 왕년의 빛이 많이 바랜 듯 보이기도 합니다. 좋은 물건이 많습니다만 가격은 높은 편이고, 뭐 당연히 그래서 윈도우 쇼핑이 많은 듯 하구요.
이곳 사람들 말에 의하면 동경 남편들의 고혈압 증상은 아줌마들 긴자 진출 시 부터 시작된다는 거지요.
윗 사진은 긴자에서 마주친 슈퍼-아줌마!님이시구요.
아, 말 나온김에 아래는 긴자 슈퍼-맨 인데요. 약간 맛이 가신 듯 보이는 걸로 봐서 '마누라 상'의 긴자 쇼핑 반대, 불매운동 시위 등을 외치시는 초기 고혈압 환자는 아닐까 생각됩니다만...
간단히 동경 방문을 결론해 봅니다.
좋은 시간이었지만, 세상을 뒤지는 방랑꾼(저)에게 공교롭게도 동경은 제공해 준 것이 적다는 느낌이기도 합니다.
유감이지요. (깨끗하고, 깔끔했던 방문 외로 많이 얻은 게 없는 건 물론 제 주관적인 입장 탓이기도 합니다만...)
다소 비싼 여행 (물가와 비용)이었던 것에 비해 중국과 유럽, 신 대륙이 부르는 소리, 그 고장들이 과시하는 문화 유산과 비교한다면 말입니다.
확실치 않은 뭔가가 부족했던 곳이 동경이었던 셈인데, 기대가 너무 컫던 이유일수도...
(물론 그래서 제 평가는 지극히 주관적인 것 임을 정확히 밝혀둡니다)
아무튼 멋장이들의 나들이, 좋고 깔끔한 음식.., 그리고 쇼핑의 천국인 점이 전 세계의 많은 여행자들을 유혹하는 만큼 (방문 목적에 따라) 나름대로의 매력을 충분히 과시하는 도시임엔 틀림 없습니다만...
내친 김에 동경인들을 해부 해 봅니다 (...나름대로).
그들. 친절하고, 예의 바르며 항상 웃고, 즐거운... 따라서 호스트로써 방문객들에겐 모든 것을 다소 편리하게, 안전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편할 수 있게 애써주는 모습을 철저히 보여줍니다. 멋진 일이지요, 무척 고맙고...
그러나 문화적 배경과 편견 탓일까요. 아니면 끊질기게 이어져 온 지난 천 년 그들의 (우호적?이지 못한) 대對 한국 정책과 자세 탓일까요. (미국인들은 동일한 '한-일 상호 정책과 자세의 문제점'이라는 '양방 과실'식의 객관적인 입장을 공식화하지만 말이죠...)
다정한 미소 뒤에 날카로운 이가 있을 듯. 너무 인위적(?)으로 이행하는 예절 내면엔 또 다른 냉정함이 도사리고 있는 듯 감지됨은... 역시 느낌 뿐이었을까요(?!).
때론 열내고, 소리치고, 싸우는 한국인들이나, 중국인들에 비해 표정과 미소, 그리고 몸짓 마저 (기계적으로) 통제 가능한 사람들. 일면으론 부럽고.., 겁(?)나기도 하는 대목 아닐까 하는 느낌에 촌스러워짐을 감출 수 없기도 합니다. 그러나 결국, 가깝게 느끼기엔 아직 먼 사람들이었던 기분은 불가피한 아쉬움으로 남은 셈입니다.
아무튼 그래서 동경은.., 아니 일본은 말입니다
한국인들에겐 영원히 가깝고도 먼.., 그런 도시, 그런 나라일 수 밖엔 없나 봅니다. 아직은...
동경과 그 시민들을 제대로 소개해 드리기엔 (필자의 주관적인) 편견이 많았던 듯 하지요? 더우기 그래서 말씀인데 다음 기회엔 동경을 벗어나 일본 지방의 감춰진 보석들을 발굴해 보겠노라 다짐의 여유를 보이며 동경을 떠납니다.
아, 그리고 기회가 되면 여러분들의 방문 소감 역시 고루 들어보고 싶은 것이 제 바람입니다만...